정승훈
신학(스위스 바젤대학ㅡ칼 바르트와 헤겔연구)과 사회학(버클리 연합신학대학원및 대학ㅡ막스 베버 종교사회학 연구)전공
버클리연합신학대학원 (전임강사)
워트버그 신학대학원 (조교수)
미네소타 루터신학대학원 (부교수)
시카코 루터신학대학원 (석학교수)
칼 바르트와 공공신학센터 원장
사회학적 사유와 고고학적 해석 미디어 저널 (티스토리) 편집장으로 역사사회학과 공공신학 그리고 국제정치에 대한 글을 쓰고있다.
공공신학적 반성: 위르겐 하버마스와 발터 벤야민

하버마스는 1962년 교수자격취득 논문 <공론장의 구조변동>에서 시민사회의 중요성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하고, 근대성의 미완의 과제를 언급했다. 그러나 그의 책은 1989년에 비로소 영어로 번역되었다.
27년이 지나 늦게 번역한 것은 공론장의 구조변동과 시민사회에 대한 하버마스의 분석이 역사의 전개과정에서 특히 북미의 사회적 상황에서 적합성을 갖기 때문이다. 그의 책은 당대 독일의 학생 운동과 바데마인 호프와 같은 과격 테러리스트 그룹이나 또는 프랑스 68혁명으로 얼룩졌던 시대의 문제를 앞선 저작이었다.
하버마스의 비판 이론은 종교를 다룰 때 방법론적 무신론의 입장을 취하지만, 그것은 특정 종교에 대한 가치 연관성이나 판단을 하지않는, 이른바 베버의 가치 중립성에 가깝다. 하버마스는 버클리 대학의 사회학 교수인 로버트 벨라와 절친했고, 벨라가 죽기 전 남긴 최고의 역자인 <인간의 진화와 종교>에 공감을 표시했다.
하버마스가 북미의 공공신학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버클리 주립대학이 비판이론을 전통을 이어가는 메카이고 프랑스 철학과 독일의 비판이론을 매개하는 지적 전통이 서 있기 때문이다. 비판이론은 특히 호르크하이머에게서 유대-기독교적 전통이 회복되고, 호르크하이머는 폴 틸리히와 절친 이기도 했다.
호르크하이머: 비판이론과 종교

비판이론은 실제적인 삶과 연관된 이념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검토한다. 인간의 지식은 사회적 기원과 배경 그리고 문화적 기능에 묶여있고, 모든 학문의 실제적인 삶에 구속성을 갖는다. 이러한 비판 이론은 사회 경제적인 삶의 배경과 유리된 개인주의나 경험론을 부르주아 전통이론으로 간주한다.
호르크하이머는 마르크스에게 주목했다. 호르크하이머는 인간의 이성이나 또는 지식체계나 진리가 역사적인 변증법에 엮어있고, 특수한 상황과 시대에 제한된다고 본다. 자본주의 상품사회는 물신숭배처럼 인간의 삶을 야만주의나 일상의 파시즘으로 몰아간다 (O’Connell et al, Critical Theory, 227).
그러나 호르크하이머는 프로렐타리아트 계급투쟁이나 당독재를 거부했다. 오히려 계급 해방을 위해 비판적 이성이 먼저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간 해방과 함께 더 나은 사회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비판이론이 실천적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마르크스는 세계변혁의 실천을 위해 프랑스 혁명의 분석과 더불어 영국의 정치경제학과 산업혁명에서 드러나는 자본주의와 소외문제를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계몽주의의 역사적 발전에서 이성은 기술지배를 통해 조작되고 도구화가 되면서, 진보 이념은 스스로 이성의 본질을 배신했다.
기술진보는 식민주의를 배태한다. 호르크하이머는 베버의 목적 합리성을 수용하고 이것을 도구적 이성으로 파악했다. 도구적 이성의 유형은 이제 자본주의 문화와 사회를 총체적으로 그리고 파괴적인 방식으로 침투한다
(Horkheimer, Eclipse of Reason, 98).
호르크하이머는 <계몽의 변증법>에서 자연의 위기와 더불어 이성의 도구화를 총체적으로 비판한다. 이성은 권력관계에 묶여지고, 지배의 그물망에 갇혀 오로지 자기보존을 위한 시녀로 전락했다.
도구화된 이성에 대한 호르크하이머의 총체적 비판은 부정의 신학의 성격을 갖는다. 그는 탈출구를 전적타자인 하나님에 대한 갈망에서 찾는다. 유대-기독교 전통에서 드러나는 예언자의 비판에 주목 하며, 호르크하이머는 특히 예수의 십자가의 고난과 해방에 관심을 가졌다. 하나님이 안계신다면, 영원한 진리는 없다. 권력과 자기보존에 혈안이 되어있는 야만의 삶이 부르주아지들이 지배하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와 문화를 지배한다.
이 지점에서 호르크하이머는 마르크스와 더불어 종교는 민중의 아편 이지만, 다른 한편에서 억압받는 피조물의 한숨이며 실제의 비참함에 대한 도전으로 말한다. 더 나아가 호르크하이머에게서 종교는 전적타자에 대한 유토피아적 갈망이다. 더 이상 살해자들이나 역사적 범죄자들이 변명을 통해 순진하게 죽어간 희생자들을 두 번 죽여서는 안된다.
시편 91편 해석에서 호르크하이머는 히브리 성서가 단순히 내세가 아니라, 기독교의 예수처럼 정의와 해방, 그리고 구원을 지적한다고 말한다. 전적 타자인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악인들에게 보응하며 고난받는 이들에게 구원을 베푼다. 호르크하이머는 비판이론에서 유대적 메시아 정치를 열어주었고, 이것은 벤야민과 하버마스로 이어진다.
물론 하버마스는 <계몽의 변증법>에서 나타나는 도구화된 이성과 기술지배에 갇혀버린 부정적 기능에 수긍하지 않는다. 이것은 루카치의 사물화 현상 (상품 물신숭배)이나 베버의 합리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세계의 비주술화에서 결국 쇠창살 우리의 재발에 빠지고 만다. 계몽을 통한 해방의 탈출구는 없는 가?
하버마스: 해방의 관심

하버마스는 초기저작인 “인식과 관심”에서 호르크하이머의 이론과 실제적인 삶의 연관성을 수용하고, 자연과학과 기술지배를 비판하는 후설의 생활세계의 현상학을 수용했다. 하버마스는 실천 개념을 두 가지로 구분하는데, 그것은 노동(도구화된 행위)과 상호작용 (소통행위)이다. 언어는 공론장의 구조변화에서 책임과 해방을 위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버마스는 이러한 실천개념을 헤겔의 예나시기의 <정신철학>에서 착안하고, 노동과 상호 작용의 문화적 차원을 통합시켰다. 언어 (상징적인 표현)와 도구 (노동과정)와 가족(인륜적인 상호작용)은 변증법의 모델로 제시되며, 주체와 객체의 관계는 이러한 상호 주관적인 틀에서 파악된다. 언어와 노동과 윤리적인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정신이나 자기반성의 운동이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세 가지 계기들의 변증법적 연관성 자체가 정신이나 자기반성의 개념을 규정하는 데 있다.
하버마스는 “인식과 관심”에서 인간의 지식체계는 역사적으로 조건되며 관심과 이해관계에 따라 배열된다. 인식을 주도하는 관심은 지식체계는 물질적인 이해관계와 사회적 경험에 따라 형성된다. 인간의 자기반성은 합리적이며 이데올로기 비판적이다. 이것은 해방의 관심에 의해 작동된다. 하버마스는 이러한 해방의 인식과 실천을 상호 주관적인 소통 행위에서 구체화한다
(Habermas, Technik und Wissenschaft als >Ideologie<, 163).
하버마스는 인식을 주도하는 관심을 과학기술적, 실천철학적 그리고 해방적으로 분류하고, 이것을 경험 분석적인 자연과학 (도구적 기술이성)과 인문과학에 대한 실천적 관심 (역사-해석학), 그리고 비판적 사회과학 (해방의 관심과 자기 반성)으로 설정한다.
하버마스의 헤겔수용은 사적유물론을 문화의 측면 특히 소통행위와 노동의 관계에서 국가의 역할과 더불어 재구성하고 후기 자본주의의 정당성을 검토한다. 이것은 마르크스가 분석한 산업 자본주의의 한계를 넘어서며,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인격성등의 분화에 주목한다. 특히 하버마스의 후기 자본주의는 에른스트 만델의 <후기 자본주의>와 비판적 대화를 제공한다.
후기 자본주의 위기와 정당성
독점 금융자본과 세계시장 시스템에서 경제의 영역에 관여하는 국가의 역할은 지대하다. 마르크스가 예견한 것처럼 국가는 더 이상 단순하게 지배계급의 도구로 볼 수 없다.

에르네스트 만델은 마르크스의 자본중심과 집중화를 통해 금융과 독점자본의 성격을 발전 시키지만 여전히 경쟁의 현실을 무시 하지 않는다. 만델은 레닌의 국가독점자본이론이 후기 자본주의 단계에서 더 이상 타당하지 않으며,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세계 진영논리에 과몰입하는 것을 비판한다 (Mandel, Late Capitalism, 9-10).
해외식민지나 시장으로부터 유입되는 잉여가치와 경제에 대한 국가개입은 자본축적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삼차 기술혁명 (핵에너지)과 더불어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 역할은 여전히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 안에서 기술 이전과 잉여 가치창출 그리고 생태학적 위기를 가중시킨다.
만델의 후기자본주의 분석은 하버마스에게서 생활세계와 체계로 구분되며 사회학적으로 전개 된다. 만델과는 달리, 하버마스는 국가의 역할에 주목하고 문화 헤게모니와 담론, 체계의 식민지화 현상을 분석하고 생할세계를 방어하기위해 소통이론과 실천을 발전시킨다. 이미 하버마스는 그의 소통이론에서 호르크하이머와 베버 그리고 루카치의 사물화 분석에 주목하고, 자신의 생활세계의 사회학을 후기 자본주의 상황에서 구체화시켰다.
하버마스에 따르면, 베버의 합리화 과정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과 귀결 (쇠창살 우리)은 호르크하이머의 도구적 이성과 루카치의 사물화 현상에 반향을 갖는다. 루카치는 <역사와 계급 의식>에서 사회적 관계에서 분화되는 합리화, 전문화, 관료제 그리고 기술발전을 통해 상품의 물신 숭배가 사회 전체에서 사물화 현상으로 나타나고 인간의 의식을 지배한다고 말했다. 상품의 교환가치 (마르크스)와 합리화 과정(베버)이 접합된다 (Habermas, The Theory of Communicative Action I: 355 -365).
하버마스 비판이론에서 모든 소통행위는 합리적인 합의와 승인에 기초하며, 진리의 정당성을 추구한다. 하버마스는 외부의 강압이나 지배에 의해 설정된 소통 시스템을 거절하며 체계적으로 왜곡된 소통시스템 (매스 미디어)을 이데올로기로 비판한다. 자기반성과 해방의 관심은 왜곡된 소통체계를 분석하고 권력과 지배의 유착을 폭로한다.
하버마스의 소통이론은 해방의 관심과 후기 자본주의 분석에 깊숙히 연관되며, 하버마스는 국가권력과 관료지배 그리고 경제 시스템과 매스 미디어의 역할에 비판적 초점을 맞춘다. 하버마스는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에 날선 공방을 보이며, 후기 자본주의의 복잡한 성격을 규명하고 시민사회와 생활세계론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Habermas,
Legitimation, 33).
후기 자본주의 위기는 하버마스에 의하면 경제영역의 불평등과 정치영역에서 합리성과 정당성 위기 그리고 사회문화적 시스템에서 동기의 위기로 드러난다. 이러한 비판이론의 사회학은 후기자본 주의를 노동과 자본의 기초로하는 만델의 접근을 보충해줄 수 있다. 사회구성체에서 국가의 개입과 역할은 금융의 독점과 신제국주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경제적 영역과 자본투자에서 경쟁과 독점부문이 국가에 의해 보호되며, 국가는 해외시장에서 자본수출과 투자를 위해 계획하고 규제하기도 한다 (ibid., 35). 후기 자본주의에서 행정체계와 교육을 통한 인격통합, 정당성의 문제 그리고 계급과 신분의 분화와 해회시장의 다국적 기업과 생태학적 위기는 이미 마르크스 이론의 한계를 넘어간다.
서구의 중심부에서 혁명세력은 더 이상 노동계급이 아니라, 시민과 진보적인 지식인들이나 또는 학생운동이나 인권 또는 평화운동 등에서 나타난다. 시민사회는 사회주의 일당 독재와는 달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에 의해 통제 당하기 보다는 여전히 자유로운 공론장과 참여 민주주의를 위한 여론공간을 확보한다. 주변부에 속하던 나라들은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 통합 되면서 오히려 경쟁력을 과시하면서 나타난다 (중국과 일본, 대만, 싱가포로, 대한민국의 경우). 심지어 라틴 아메리카의 민중 민주주의에서 나타나는 독재와 부패는 심각하다. 그리고 브라질의 경제성장과 시민사회 문제를 검토할 때 계급 보다는 오히려 인종차별과 백인 특권층이 지배계급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하버마스에게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의 연계 그리고 전제주의와 반유대주의와 노예제에 대한 사 회학적 분석은 취약하게 남아있다. 특히 반유대주의와 제국주의 그리고 전제주의에 대한 분석(한나 아렌트)과 레닌의 제국주의 그리고 세계자본축적 시스템이론(지오바니 아리기)은 공공신학에 포스트콜로니얼 통찰을 제공 해줄 수 있다.
하버마스: 종교와 이성

하버마스가 종교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서구와 이슬람의 문명충돌을 목격하면서 부터이다. 그는 서유럽에서 합리화 과정을 거쳐 나타나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종교의 재발과 다원주의 현상에 주목한다. 후기 자본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하버마스는 후설의 생활세계론을 소통 이론과 실천을 위해 재해석한다.
여기서 그는 시민사회를 국가 (정치사회)와 경제사회 그리고 매스 미디어로부터 분리하고, 문화와 언어를 통해 오는 전통을 강조하며 이것을 생활세계로 자리매김한다. 문화와 언어는 선험적인 지위를 가지며 생활세계를 구성한다(Habermas, Theory of Communicative Action II, 124).
하버마스는 소통합리성에 기초해 생활세계와 시민사회를 침탈하고 식민지화는 체제의 메커니즘 (국가권력, 경제적인 부, 그리고 매스 미디어의 이데 올로기)에 저항하는 담론윤리를 기획한다. 여기서 하버마스는 초기 비판이론의 지도자인 호르크하이머의 유대적인 예언자 전통과 메시야 정치를 이어간다.
특히 발터 벤야민의 메시야 정치에 대한 반성과 밀려나간 자들과 희생자들에 대한 아남네시스적인 접근은 하버마스의 소통의 합리성의 저변에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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