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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신학과 사회철학

파시즘 정치이론 분석

by 파레시아 2023. 2. 3.

 

칼 슈미트와 정치신학

칼 슈미트는 <정치신학>에서 국가주권을 사법적인 틀을 넘어서서 지도자의 카리스마적 지배와 정치적 결단주의를 강조했다. 그는 1933년 나치정당에 가입했고, 1945년까지 베를린 대학의 법학 교수로 재직했다. 전 후 아우슈비츠 문제와 교회와 국가의 문제를 다루는 새로운 정치신학의 모델이 위르겐 몰트만과 요한 뱁티스트 매츠에 의해 시도 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정치신학의 모델에서 신앙의 정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지만 칼 슈미트의 국가이론에 대한 본격적인 대결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리고 몰트만의 희망의 정치신학과 메츠의 <세속화 신학>은 구스타보 구티에레즈의 <해방의 신학>에 의해 날카로운 공격을 당하고 새로운 담론과 실천으로 전개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에서도 국가 이론에 대한 신학적인 구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이 나에게 고고학적 해명을 요구한다.


하이데거가 철학에서 여전히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슈미트 또한 정치이론과 주권을 다루는 문제에서 국민의 생사 문제를 결정짓는 신체 정치학에서 중요한 자리를 갖는다. 그런가 하면 슈미트는 정치적으로 의심되는 자들을 호모 사케르 (아감벤)로 분류하고 포로 수용서에서 고문이나 살상으로 이어지는 전제주의 국가이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흥미롭게도 극우파 슈미트가 좌파 딱지를 달고 등장하는 학자들에게 미치는 기묘한 현상이 나타난다. 스탈린과 히틀러가 공유하는 독재라는 폭력의 정치가 분석의 도구로 사용된다. 물론 소비에트 물락 후 좌파들에게서 정치적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기술지배와 관료화된 후기 자본주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는 데 공감한다. 이런 연유로 이들이 슈미트에게 관심을 쏟을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슈미트나 스탈린 처럼 진영논리로 정치 전략을 지배하던 시대는 글로벌화된 다원주의 사회에서 적용되기 어렵다. 누가 그리고 "누구"의 좌파이며, 누가 그리고 "누구"의 우파인지 구분이 투명하지 않은 시대를 산다. 전망이 안개처럼 불투명하다. 이슬람-마크스주의란 용어는 어떤 가?

고고학적 담론해명과 권력의 계보학

슈미트의 정치신학과 파시즘 이론을 고고학적으로 접근할 때 중요한 것은 담론해명과 권력관계를 역사 사회적인 맥락에서 파악하고 내재적 비판을 하는 데 있다. 예를 들어 고고학적인 담론 해명에서 부르주와지 개념은 프랑스혁명에서 평민계층을 말하고 하위계급과 연대하면서 1848 전 유럽혁명에서 의회 민주주의와 관련된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영국의 산업혁명 시기에 나타난 사회경제 문제를 부르주와지와 프로렐타리아트로 이분화하고 혁명을 말했지만, 그는 여전히 영국의 의회민주의를 위해 차티스트 운동에 가담했다.

프랑스에서 금융귀족과 중산층 비판적 지식인 그리고 하위계층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십팔번인 부르주아지 딱지나 이항의 논리와는 맞지 않는다. 마르크스 이론은 영국의 산업혁명과 영국 식민지배 분석, 더 나아가 프랑스 대혁명이후 전개된 복잡한 상황에 관련되어있다. 특히 1848 전 유럽에서 발생한 혁명에 대한 마르크스의 사회학적  분석을 고고학적으로 해명하지 않을 경우  마르크스 이론은 실천적 상활과 유리된 채 박제되거나 상품처럼 남용된다.


슈미트가 의회 민주주의를 도매금으로 거절하고 토마스 홉즈의 <리비이어던>을 자신의 파시즘 국가론으로 변질 시키킬 때 사정 또한 마찬가지다. 사실, 홉즈는 하나님의 보편적 지배에서 근대정치 이론을 사회계약론에서 전개했다. 그는 오이코노미아 신학을 구상하고 일인독재의 무제한 권력을 비판했다. 이에 저항하는 시민 승인권과 경제적 분배정의 그리고 심지어 혁명의 자리를 열어놓았다. 홉즈는 진영논리와 파시즘의 전근대적인 야만의 정치와는 상관이 없다.

그러나 파시스트 슈미트의 손에서 홉즈는 정치적 결단주의와 무한한 일인독재를 지지한 자기 선배로 캐리커처가 된다. 이것은 외사법이고 자신의 파시즘 이론(현재주의)과 권력관계를 위해 고전 텍스트를 변질 시키는 어용해석을 말한다.

정치적 결단주의와 전제권력

칼 슈미트는 <정치신학, 1922>에서 주권 문제에 몰두하고, 이것을 사법적 관료지배와 지도자의 결단주의를 통해 전개했다. 국가의 주권은 사법적 규범주의에, 정치운동은 정치적 결단주의에, 그리고 민족은 사회의 조직과 제도에 관련된다. <정치신학>의 첫머리에 주권을 정의하면서 슈미트는 다음처럼 쓴다: "주권자란 예외상태를 결정하는 자이다." 이것은 슈미트에게서 단순한 예외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비상상태를 의미한다.

예외상태는 입법적인 조치나 가이드라인을 통해 경제적인 위기나 자연재해 등을 극복하지만, 비상상태는 입법의 체계 밖에서 행사되는 지도자 개인의 절대권력을 통해 작동된다.
 이러한 결단주의는 정치적으로 진정한 것이며, 정당성을 갖는다. 슈미트에 의하면 입법조항을 통해서 진정한 정치 결정은 생기지 않는다. 주권의 본질은 법적지배가 아니라 비상상태에서 지도자의 결단을 통해 드러난다. 사실 이러한 무제한적 권력은 근대정치 이론보다는 역사적으로 볼 때 군주제에서 가능하다.

슈미트의 분석에 따르면, 16세기 서구의 세계는 하나님과 성서에 대한 신학적 이념에 기초 되지만, 17세기에는 형이상학과 자연과학을 기초로 한 합리적 연구가 나타난다. 18세기에는 도덕과 의무를 토대로 한 윤리적 휴머니즘이 세계를 해석했다. 18세기에는 산업혁명을 통해 경제 시스템이 세계를 해석하고 사회를 지배했다. 그리고 20세기를 지배하는 것은 기술이며, 여기서 가치중립과 비정치화가 출현한다. 기술 진보시대에 인격성은 사라진다.

이러한 세속화 상황에서 슈미트의 정치신학의 명제는 다음과 같다. "근대 국가이론의 중심 개념은 세속화된 모든 신학적 개념이다."
(Schmitt. Political Theology, 36) 역사의 발전과 더불어 하나님은 전능하신 입법자가 된다. 사회학적인 측면에서 예외상태는 신학에서 언급하는 기적에 비교된다. 근대의 사법적 민주주의는 이신론에서 시작했고, 자연법칙을 준수했지만, 하나님이 개입하는 기적을 거절했다.


슈미트는 베버의 세계의 비주술화와 합리화 과정을 첨부하고, 근대국가의 모든 이론들을 세속화된 신학의 개념으로 말한다. 슈미트의 세속화 이론은 그의 정치신학의 저변에 깔려있고, 그는 이전 시대에 누리던 국가주권과 정치적 권위를 근대의 국가이론에서 회복시키려고 한다.근대의 가치와 합리성에 역행하는 파시즘의 현상학이 위대한 지도자의 실존주의 정치결단을 부각하면서 나타난다. 그러나 베버의 합리화 사회학은 전근대로 되돌아가는 일인 독재정치를 구축하기 위해 시도된 것이 아니다. 의회민주주의 안에서 선동정치나 비밀 관료정치를 방어하기위해 그는 정치가의 윤리를 소명과 책임으로 부각시켰다.

파시즘의 현상학

슈미트의 파시즘적 사고에는 근대성을 비판 하기위해서 시대착오적인 낭만적인 이념이나 전근대적인 지배방식을 이데올로기적으로 호출한다. 여기에 맞추어 사회를 재단한다.

예를 들어 맹자에게서 천심은 민심이라는 지배방식이나 민본주의적 경제정의 등을 근대성을 비판하기 위해 이데올로기 호출을 할 수 있다. 근대적 가치가 전면 부정되고 현재의 사회를 맹자의 왕도정치에 따라 편재한다.  하지만 맹자의 민본적 민주주의는 왕과 같은 계몽의 독재자에 의해 실현될 수가 있다. 이런 민본 민민주의를 실현하기위해 의회 민주주의와 보통선거를 제거하고 일인주도의 당독재로 갈 경우 정치 파시즘은 드러난다. 파시즘적 사고는 현재를 지배하기 위해 전통복귀와 낭만주의적 사고로 나타난다. 이념의 시대의 물질적 이념과 권력관계를 통해 나타나는 맹자시대의 사회구성의 문제와 제한성을 탈각시킨다.시대적 한계를 초월하는 맹자의 이념이나 사상이 현재 나의 이해관계나 실존적 결단을 위해 무차별하게 이용된다.

이것은 일본의 메이지 개혁이나 박정희 유신정치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나기도 했다. 근대성이나 경제발전은 카리스마적 지도자에 의해서만 수행될 수 있다. 조국의 근대화와 개발독재라는 기묘한 조합이 나타난다. 개인과 인격의 가치 나 시민사회의 영역은 통제국가에 의해 흡수되고, 집단주의 문화는 친구와 적으로 나누는 진영 논리화 된다. 이념은 유령처럼 무시간 적으로 배회하고 현재주의에 의해 프르쿠르테스 침대에 맞게 절단된다.


이러한 파시즘의 현상학은 내재적 비판과는 정반대의 방향을 지적한다. 내재적 비판은 변증법적이며 전통의 한계를 동시대의 문제와 더불어 검토한다. 그것은 전통의 편견이나 오류에 거리를 두며, 새로운 의미론적인 종합을 위해 책임적인 비판과 해방을 기획한다.

내재적 비판은 모든 이념이나 사상이 물질적 이해와 권력관계에 어떻게 구속되는지 주목한다. 또한 이런 결합이 어떤 신분이나 계급에 의해 선택적 친화력을 갖는 지 분석한다. 이데올로기적 정당성은 사회학적인 절차를 거쳐 검토되며, 시민사회의 가치와 공공선 그리고 다름에 대한 인정을 부각 시킨다.

히틀러 비상상태 정치

아감벤의 분석에 의하면 1933년 히틀러가 정권을 장악했을 때 그는 국가와 독일 국민보호 라는 구실로 개인의 자유에 대한 바이마르 헌법의 조항을 정지 시켰다 (2월 28일). 사법적 측면에서 제 3제국은 비상사태 국가로 이후 12년간 지속되었다. 근대적 의미에서 통제국가는 사법적으로  지지되고 권력자의 정치적 결단인 비상상태와 더불어 시작된다. 반대파들에 대한 시민전쟁이 법적으로 선언되고,  반대파들 뿐만 아니라 전제정치에 통합될 수 없는 시민들의 신체가 구금되고, 인종차별정책을 근거로 수용소가 세워지고 살해의 정치가 시도된다. 이것은 유대인 수용소나나 미정치에 의해 시도되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여살히 드러난다  (Agamben,  State of Exception,  2-3).

사회주의 국가에서 혁명을 통해 의회민주주의가 전복되고 권력장악을 하는 일당독재지배와는 달리, 파시즘 혁명은  정치 지도자의 위대한 비상상태 선언과 결단을 위해  이른바 민주주의  틀안에서 사법제도를 남용하면서 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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